테니스 라켓을 잡지 않아도 생기는 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상완골 외측상과염', 흔히 테니스 엘보라 불리는 질환을 앓는 환자의 약 70%는 라켓을 잡아본 적 없는 40~50대 여성입니다. 운동선수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반복적인 가사 노동이나 식당 주방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서 훨씬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팔꿈치 바깥쪽 힘줄의 미세 파열은 순간적인 충격보다는 누적된 피로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거운 국자를 놓치고서야 찾아온 환자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인근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대형 국자로 수백 인분의 국을 푸고 무거운 식자재를 나르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팔꿈치가 욱신거리는 정도였으나, 파스를 붙이며 6개월을 버텼다고 했습니다. 내원 당일 아침, 국자를 쥐는 순간 전기가 오는 듯한 찌릿함과 함께 국자를 놓치고 나서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한의학적 진단과 초기 처치
이학적 검사상 코젠 테스트(Cozen's test)에서 양성 반응이 명확했습니다. 손목을 위로 젖힐 때 팔꿈치 바깥쪽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기혈 순환이 막혀 발생하는 '주비(肘痺)'로 진단했습니다. 힘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정제된 봉약침(Bee Venom Pharmacopuncture)을 환부인 곡지혈과 수삼리혈 주변에 시술하여 국소부위의 혈류량을 늘리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더디지만 확실한 변화의 과정
치료 2주 차까지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환자분은 여전히 행주를 짜거나 문고리를 돌릴 때 통증을 느꼈습니다. 만성적인 건병증은 회복 속도가 더딘 편입니다. 단순히 팔꿈치만 치료해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경추와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추나요법을 병행했습니다. 상지의 정렬을 바로잡아 팔꿈치로 가는 부하를 줄이는 전략이었습니다. 3주 차에 접어들면서 야간에 욱신거려 잠을 설치던 증상이 먼저 소실되었습니다.
일상으로의 복귀와 관리
6주간의 집중 치료 끝에 환자분은 다시 주방으로 복귀했습니다. 통증 수치(VAS)는 내원 당시 8점에서 2점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작업 중간에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완벽한 통증의 소실보다는, 기능을 회복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치료의 목표였습니다. 환자분의 밝아진 표정에서 치료의 보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