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와 오후의 상열감
진료실에서 자주 뵙는 중년 남성분들의 케이스입니다. 평소 피로감이 극심하고, 오후만 되면 얼굴로 열이 오르면서 두통이 찾아옵니다.
자율신경계 검사를 해보면 부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무기력함을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잔뇨감이나 소변 거품 등 비뇨기 불편함과 추위를 타는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위는 뜨겁고 아래는 차가운 상태
한의학에서는 이를 진액이 부족해 생기는 가짜 열, 즉 허열(虛熱)로 봅니다. 열은 위로 뜨지만, 반대로 하복부의 양기는 떨어져 하초(下焦)가 차가워진 불균형 상태입니다.
제가 이 처방을 구성할 때는 지백지황탕(知柏地黃湯)을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지백지황탕은 체내의 진액을 채워 위로 뜨는 허열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는 처방입니다.
여기에 차가워진 아랫배를 데우기 위해 육계와 부자를 더했습니다. 신장과 방광의 기능을 돕고 하초의 기운을 순환시키기 위한 목적입니다.
기력 보강을 위한 약재 배합
체력 저하와 무기력함이 심한 상태이므로, 기력을 끌어올리는 녹용 분골 부위를 넉넉히 배합했습니다. 마른 장작에 물을 적셔주면서(음액 보충), 동시에 아랫목의 불꽃을 살려주는(양기 보충) 의도입니다.
약재 복용과 함께 생활 관리도 중요합니다. 오후에 열감과 두통이 느껴지면 10분 정도 눈을 감고 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운 음식은 진액을 마르게 하므로 담백한 식단을 권해드립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분의 체질과 음양의 밸런스에 따라 약재 구성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