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헌신으로 이어진 허리협착증 통증
가족을 돌보느라 본인 몸을 챙기지 못한 분들을 진료실에서 자주 뵙습니다. 오랜 간병과 손주 육아로 체력이 바닥나면서 허리와 엉치 통증이 심해져 내원하신 분의 케이스입니다.
조금만 걸어도 엉치에서 다리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내려옵니다. 척추관이 좁아지며 신경을 누르는 허리협착증(척추관협착증) 증상입니다.

척추의 진액 고갈과 식물성 약재 처방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척추 주변의 진액(윤활유)이 마르고 기력이 소진된 것으로 봅니다. 에너지가 방전되면 굳은 허리를 받쳐줄 힘이 없어 신경 압박이 더 심해집니다.
이 케이스는 보간신(補肝腎) 장근골(壯筋骨) 처방을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간과 신장의 기운을 돕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여 척추 퇴행을 늦추는 처방입니다.
동물성 약재 복용을 원치 않으셔서 녹용을 배제했습니다. 대신 체력을 채우기 위해 식물성 보기(補氣) 약재인 황기와 산약을 듬뿍 담았습니다.
협착증 치료는 단순히 통증만 제어하는 것이 아닙니다. 척추 관절 사이의 순환을 돕고 방전된 체력을 채워야 걸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위장을 보호하고 근육을 푸는 맞춤 가감
신경이 눌려 쥐어짜듯 아픈 다리 근육은 백작약을 증량하여 부드럽게 이완시켰습니다. 닳아버린 척추 관절에는 숙지황과 두충으로 윤활유를 공급합니다. 속단과 우슬은 약 기운을 하체로 이끌어줍니다.
평소 소식을 하시고 위장이 약한 체질도 고려해야 합니다. 숙지황은 자칫 소화가 어려울 수 있어 천연 소화제인 사인을 배합했습니다.
- 황기, 산약 — 바닥난 체력 보충과 위장 점막 보호
- 백작약 — 극심한 엉치와 하지 방사통 이완
- 숙지황, 두충 — 척추 관절에 진액 공급과 인대 결합 강화

같은 허리협착증이라도 평소 소화력과 체력 상태에 따라 약재 구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